도화: 들머리나라의 세단도사 이야기

지금부터 여러 천 년 전에 백두산 북방 송화강을 중심으로 우리의 선민(先民)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그중에 ‘들머리’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는 모든 부족 국가 가운데 가장 강하고 지혜롭고 가장 생활이 앞선 나라일 뿐 아니라 조선(祖先)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밝도(明道)라는 밝 받는 공부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때 들머리 나라에는 ‘세단도사’라는 도력이 높은 스승이 있었는데, 그는 ‘그악태자’의 후손이다. 세단도사는 나라 안의 젊은 청소년들을 모아 밝도의 도장을 열고 밝 받는 공부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거승‘이라는 문제 소년이 있었다.

이 거승이는 화족의 자손으로서 우리 민족과 다른 족속이나 그악태자는 너그러워 그 화족들을 동화할 수 있도록 함께 머물러 살게 하였고 따라서 거승이도 도장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거승이는 언제나 말썽꾸러기였다. 참다못해 세단도사는 거승이를 불러 앉혀 놓고 꾸중하며 못된 짓을 하지 말라 타일렀다. 거승이는 본래 성격이 우직하나 그 체격이 건장하여 잘 가르치면,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던 것이었으나 도사의 책망을 받은 날부터 거승이는 도장을 나오지 않았다.

거승이가 도장에 나오지 않으니 오히려 모두가 다행이라 여겼다.

러나 세단도사는 매우 섭섭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며칠 후에는 ’돌매‘라는 아이도 나오지를 않았고 또 몇 날이 지나니 또 다른 아이도 나오지를 않았고 계속해서 여러 아이가 나오지 않는 사건이 일어났다.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하루는 거승이가 돌매를 비롯한 여러 아이를 데리고 세단도사 앞에 나와서 이러한 말을 당돌하게 하였다.

“저희는 귀찮게 매일매일 이곳에 찾아와서 밝 받는 법을 닦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집에서도 잘 수련할 수 있으니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모두를 가르쳐 주십시오. 공연히 이런 먼 곳까지 찾아와서 수련하려니 불편하기만 하고, 또 수련에도 방해가 될 뿐입니다. 그러니 가르쳐 줄 것이 있으면 다 가르쳐 주시면 저희끼리 집에서 밤낮으로 열심히 수련하겠습니다.”

그때 다른 아이들도 그럴듯한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단도사는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태연한 음성으로 “너희들은 지금 나무를 한 아름씩 주워다가 이곳에 모아놓고 불을 피워라.”하고 명령을 내렸다. 아이들은 그대로 했다.

불은 활활 타올랐다. 그때 세단도사는 다시 명령했다.

“너희들은 지금 저기 불에 타고 있는 나뭇가지를 하나씩 따로따로 옮겨 놓아라.” 하니 모두가 그렇게 했다. 그때 그렇게 잘 타오르던 불은 오래가지 못하고 차츰 꺼져버리고 말았다.

그때 세단도사는 엄숙히 말했다.

“보아라. 뭉쳐서는 그렇게 잘 타던 나무도 하나씩 흩어놓으니 불이 꺼져버리지 않느냐? 공부하는 법을 아무리 잘 가르쳐 주어도 나를 떠나 뿔뿔이 흩어지면 공부하기 어렵게 되느니라.” 하고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은 잘 알아들었다는 듯 수긍을 하는 빛이 완연히 나타났고 그 후로부터는 아무 말썽 없이 도장에 나와 모두가 공부를 계속하였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말썽이 생겼다. 차츰차츰 도장에 나오지 않는 아이가 많아졌다.

’밝웅‘이라는 아이와 그를 좋아하는 아이들만 꾸준히 나오는 형편이었다. 세단도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해 궁금하던 차에 거승이와 돌매, 그리고 다른 애들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하는 말이 “그동안 우리가 배운 것은 우리가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으니 다른 것들을 또 가르쳐 주면 우리끼리 모여서 해보겠습니다.” 하였다.

세단도사는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모두 눈을 가리게 하고 긴 밧줄을 가져다가 손으로 잡도록 하고 도사도 맞은편에 마주 서서 줄다리기를 하였다. 모든 아이의 힘으로 도사 한 사람을 당할 수가 없었다. 도사가 줄을 당기니 아이들이 끌려오다가 도사가 갑자기 줄을 놓았다. 아이들은 모두 뒤로 넘어졌다.

세단도사가 다시 말하길 “내가 줄을 당기니 너희들이 따라오고 내가 줄을 놓으니, 너희가 뒤로 넘어졌다. 알겠느냐? 힘이 강한 사람이 앞에서 강하게 잡아당길 때는 너희들이 따라오지 않았느냐? 약한 사람은 남을 끌어당길 수가 없는 법이다. 너희들이 아무리 여럿이 뭉쳐서 너희끼리 공부를 하려 해도 바른 공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고 타이르니 그들은 또 알겠다며 또다시 부지런히 공부를 계속해 나갔다.

그러나 거승이만은 여전히 게으름을 피우며 심술궂게 굴며 진심을 다해 공부하지 않으니 세단도사는 여러 방법으로 정성을 다해 가르쳐 보았다.

때로는 들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웅덩이에 고인 물속에서 자라나는 물고기와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서 자라나는 물고기를 직접 보이면서 교훈을 주기도 하였고, 또는 웅덩이에서 자라나는 버러지를 보여주기도 하며, 맑은 시냇물에서 목욕하도록 하면서 사람의 성품은 항상 맑고 깨끗할 수 있도록 늘 살펴야 흐르는 샘물과 같이 정결하여지고 새로운 힘도 용솟음치게 된다는 교훈을 주기도 하였으나 워낙 미련하고 아둔한 거승이만은 조금도 변화가 없는 듯했다.

얼마 동안은 도장에 나오더니 또 나타나지를 않는다. 몇 날을 기다려 보다가 소식이 없으므로 돌매라는 소년에게 찾아가서 알아보게 하였다. 거승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근 이 년이나 수련을 해보았으나 거의 똑같은 방법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이제는 진력이 난다. 도력을 얻기 위하여 기본적인 수련을 해야 한다고 하나 언제까지나 숨을 고르기만 해야 한단 말인가? 몸을 골고루 움직여야 하고, 고요함을 유지해야 하며, 아랫배에 힘을 간직해야 한다고 하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 우리는 날마다 그런 짓을 했으나 별다른 변화도 없고, 오히려 몸이 좋았다가 나빴다 할 뿐, 또는 아래 단(丹)자리에 힘이 났다가 없어졌다 할 뿐, 언제 큰 힘과 도력을 얻는단 말인가? 그러니 나는 그런 것 다 집어치우고 나 혼자서 힘을 기르기로 했다. 나는 나 혼자서 무거운 돌을 매일 드는 연습을 열심히 해서 나중에는 큰 바위도 들고, 소도 들고, 호랑이도 집어 던지는 힘을 기르면 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매일매일 자라는 나무를 뛰어넘는 연습도 하여 나중에는 높은 나무를 훌쩍 뛰어넘는 재주까지 수련할 것이니 돌매 너도 나와 같이 여기서 수련하지 않겠는가?” 하고 돌매까지 꾀어내려 하더란 말을 세단도사에게 말했다.

세단도사는 거승이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세단도사의 도장 아이들은 더욱 부지런히 공부하며 세월이 흘러 늠름한 젊은이들이 되었다. 모든 기본적인 수련을 순서대로 마쳐서 하늘의 참기운을 받는 경지(眞氣丹法)를 넘어 이제는 몸으로 숨을 쉬기를 할 수 있는 三合丹法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단(丹)자리 ‘밝’을 밝혀 충만하게 되니, 세단도사 제자들의 도력은 아무도 당해낼 자가 없었다.

이렇게 모든 밝도 수련생들의 실력이 날로 성장하여 모든 젊은이의 인품이나 체력이나 도력이 날로 자라나는 것이 흐뭇하였다. 하지만 도장을 떠나간 거승이는 세단도사를 섭섭하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 거승이가 도장에 나타났다. 참으로 여러 해가 지나서야 찾아온 것이다. 세단도사는 비록 낙오했으나, 거승이가 늠름한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찾아온 것이 대견스러워 반겨주지 않을 수 없었다. 키가 크고 가슴이 떡 벌어지고 근육이 울퉁불퉁하게 발달하였고 늠름하였다. 그러나 또다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만하고 무례한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세단도사는 “사람은 왜 먼저 밝음을 닦아야 하는가?”하고 제자들을 향하여 엄숙히 물었다.

밝웅이가 나서며 대답했다.

밝 받는 도는 사람으로서 하늘의 밝음을 받아들이기 위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대자연의 아들로 태어났고 대자연의 조화로 성장합니다. 사람은 하늘의 아들이요, 하늘님의 자손입니다. 그러므로 하늘과 하늘님의 뜻을 따라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하늘과 하늘님의 뜻은 우리 사람이 잘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 밝게 빛나는 ‘밝아니’(해, 太陽)’는 하늘이 주신, 그리고 하늘님이 주신 가장 뚜렷한 하늘의 선물이요, 하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 사람들은 저 밝아니의 덕(德)과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밝’의 덕을 본받아야 하고, 그 밝의 힘(生命力)을 받아 생기 넘치는 삶을 상아야 하늘과 하늘님의 참된 아들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늘과 하늘님의 뜻을 따르는 효자의 도리인 것입니다.

이 효(孝)는 대효(大孝)로서 나라에는 충(忠)하고 부모에는 효(孝)를 다하여야 합니다.”

이때 거승이는 고개를 숙이고 세단도사 앞에서 나아가 절을 하고, “스승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다시는 스승님 앞을 떠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세단도사는 분명히 말했다.

“너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따라 올 수 있겠느냐?” 하고 다짐을 받았다.

그리하여 모두가 세단도사의 제자가 되어 나라에는 충성하고 부모에는 효도하며, 밝은 삶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도화는 스승에서 제자로 이어지며 내려오는 이야기다. 이 도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왜 옛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왔을까? 잠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