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 하늘함 도인 이야기
아주아주 옛날, 지금부터 9700년 전 일이다. 그 때 하늘함 도인(道人)이란 분이 계셨는데, 이 어르신께서 밝돌법을 세상에 전하셨단다.
하늘함은 원래 백두산 근처에 있던 어느 마을의 촌장(村長)이었다. 그 분은 힘이 장사였고 지혜가 출중했다. 게다가 인품이 훌륭하여 마을 사람들을 잘 보살폈다.
당시 백두산 근처 마을들은 해마다 마을 대항 석전(石戰)시합을 벌였었다. 하늘함의 마을은 이 시합에서 늘 우승했다.
세월이 흘러 하늘함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되었다. 기력(氣力)도 많이 쇠약해졌다. 하늘함이 힘을 못쓰는 바람에 어느 해엔 그 분의 마을이 석전(石戰)시합에서 지고 말았다.
시합에서 진 것은 마을 전체의 수치였다. 하늘함은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힘을 못 써 시합에 졌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패배의 책임이 모두 자기한테 있는 것 같았다.
하늘함은 이미 늙은 몸이지만 힘을 다시 기르고자 했다. 한창때 용솟음치던 기력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마을 일을 맡긴 다음 백두산으로 들어갔다. 백두산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는 하늘함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 흐르는 세월을 한탄도 해보고, 누군가가 등 뒤에서 자기를 비웃는 것 같아 뒤를 돌아다보기도 했다. 백두산은 웅장한 자태로 머리에 푸른 하늘을 이고 의연히 서 있었다. 하늘함을 향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하늘함은 크나큰 용력(勇力)을 기르기 전에는 결코 하산(下山)하지 않으리라 굳게 마음 먹었다. 백두산 깊고 깊은 산중에는 사람 자취가 전혀 없었다. 둘레가 몇 아름씩 되는 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졌고, 그 사이에서 갖가지 짐승들이 마음껏 뛰놀았다. 날짐승 길짐승 우짖는 소리가 번갈아가며 메아리쳤다.
하늘함은 심호흡을 하면서 한발 한발 백두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들어가니 수도하기에 좋은 곳이 있었다.위가 툭 트여 하늘이 시원하게 잘 보이고 가까이에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 있었다.
하늘함은 움막을 지었다. 그리고는 바로 수련부터 시작했다.심신(心身)을 단련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젊은 시절의 기력(氣力)을 되찾기 위해 산비탈을 뛰어서 오르내렸고, 무거운 돌들을 들어 올려 멀리 던지곤 했다. 정신을 새롭게 하려고 정좌하며 고요를 유지했다. 한번 자리를 잡고 앉으면 온종일 그대로 있었다.
고요히 명상에 잠긴 하늘함에게 곰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종종 다가왔다.어떤 놈들은 아주 바짝 다가와 하늘함의 얼굴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거나 발로 툭툭 건드렸다. 구렁이들이 하늘함의 몸을 타고 지나갈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하늘함 道人은 목석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손끝 하나 안 움직이고 정신을 오로지 한 곳에 집중했다.맹수들은 하늘함의 주변에서 얼마간 어슬렁거리다가 다른 데로 떠나갔다.
하늘함이 백두산에 들어온 지 어느덧 몇 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하늘함의 氣力은 한창 젊었을 때보다 몇 배 더 강해졌다.한없이 고요하고, 지극히 맑아진 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하늘함은 자신을 들여다 보았고, 자신을 히해하며, 만물(萬物)의 이치까지 환하게 헤아릴 수 있었다. 이제는 됐다 싶었다. 그래서 마을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늘함은 자신이 기거하던 움막을 깨끗이 정리한 다음 하늘과 백두산을 향해큰절을 올렸다. 극진히 공경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거듭거듭 땅바닥에 엎드렸다. 푸른 하늘과 드높은 백두산이 자신을 향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 같았다. 하늘함의 가슴에는 기쁨이 충만했다. 환희심이 온 몸에 두루 스며드는 것 같았다. 정신은 또 더할 수 없이 환하게 밝았으며 자유로웠다.
하늘함은 날아갈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왔다.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갑작스레 가슴 한 구석이 휑하니 비워진 것처럼 공허해졌다. 그 비워진 곳으로 왠지 모르게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그리던 고향, 보고 싶었던 사람들한테로 돌아가는데 신명이 안 나고 슬픔이 북받치니 이상한 일이었다.
하늘함의 발걸음이 차차 무거워졌다. 그러다가 어느 개울가에서 우뚝 멈췄다. 하늘함은 개울가 바위 위에 걸터앉았다. 문득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쳐갔다.
세상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허망하기 그지 없었다. 부질없는 욕망 때문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이 가엾었다. 석전(石戰)시합에 졌다고 힘을 기르러 백두산으로 들어온 자신의 모습도 우습게만 보였다.
그까짓 시합에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떤가. 명예를 얻어 뭣에 쓸 건가. 옛날엔 명예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게 다 우매한 생각이었다.
하늘함은 하늘을 보며 자신한테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명예에 집착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나니, 마을로 돌아가 얻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하늘함의 입에서 헛헛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바로 그 때였다.개울 아래쪽에서 하늘함의 헛웃음에 화답하듯 커다란 웃음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하하하”
하늘함이 깜짝 놀라며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개울 옆에 웬 소년과 소녀가 서 있었다. 소년은 손에 커다란 물고기를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소년이 물고기를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하! 참으로 어리석고 어리석구나! 앞으로 나갈 줄만 알지, 뒤가 있는 줄은 모르는구나. 하하하!”
소녀도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얘, 물고기야. 넌 이 개울이 세상에서 제일 넓은 줄 알지? 안 그러니? 개울을 따라 내려가면 아득히 넓고 넓은 물이 있는 줄 모르는 구나! 너는 거기를 가거라. 거기 큰 물에서 자유롭게 뛰놀아라!”
소년 소녀는 물고기를 개울물에다 도로 놓아주었다.그리고는 소년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인연이 있으면 백두산 상상봉에서 다시 만나자!”
소년 소녀는 물고기를 놓아주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하늘함은 꿈을 꾸고 난 기분이었다.
소년소녀가 물고기한테 해준 얘기가 왠지 하늘함의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앞으로 갈 줄만 알고 뒤가 있는 줄은 모르는구나! 어리석고 어리석구나. 뒤에는 넓고 넓은 물이 있단다.”
하늘함은 불현듯, 그 얘기를 물고기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바로 자기한테 해 준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인연 있으면 백두산 상상봉에서 다시 만나자는 마지막 말은 자기에게 백두산으로 다시 돌아가라고 한 말이라는 걸 알았다.
하늘함은 백두산 상봉으로 올라가면서 하늘을 향해 며칠 전에 보았던 소년과 소녀를 다시 만나게 해주시오 하고 간절히 빌었다.왠지 모르게 그들을 만나면 더할 수 없이 귀중한 가르침을 받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큰 기대로 설레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껏 부풀었다.
하늘함은 백두산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 지 며칠 후에 상봉 근처에 이르렀다. 백두산은 깊고 깊은 고요에 휩싸여 있었다. 짐승들의 기척과 바람소리만 가끔 적막을 깨고 들렸다. 하늘함은 신비로운 정취로 냇물을 따라 위로 계속 올라갔다.
거대한 폭포를 지나서 한참 더 오르니 드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바로 천지(天池)였다. 거울처럼 맑은 천지의 수면에 백두산 상봉과 푸른 하늘이 신령스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늘함 도인은 天池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냇물에 몸을 씻었다. 정성스럽게 물을 끼얹으며 심신을 새롭게 했다. 그리고는 호숫가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요히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그는 천지의 물처럼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얼마쯤 그렇게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하늘함은 퍼뜩 눈을 떴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소년 세 명이 호수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은 전에 보았던 소년이었다.
소년들은 목욕을 하면서 물놀이를 즐겼다. 자맥질도 하고 물장구도 치면서 한참 동안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가 모두 물 속으로 몸을 감췄다. 소년들은 한번 몸을 감추더니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늘함은 물 속에서 어찌 이렇게 오래 있는가 이상하게 여기며, 소년들이 사라진 곳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시간이 자꾸 흘렀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늘함 도인은 소년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자신이 환상을 본 게 아닌가 의심했다.
이 때 한 소년이 불쑥 물 위로 떠올랐다. 다른 두 소년도 뒤이어 모습을 나타냈다. 소년 하나가 ‘아이구 실컷 잤다!’ 하면서 깔깔 웃어댔다. 하늘함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물 속에서 잠을 잠을 잘 수 있단 말인가. 믿을 수가 없었다. 하늘함이 넋을 잃고 있는데 소년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할아버지께선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어디로 가시는 길인가요?”
며칠 전에 보았던 소년이 하늘함을 향해 공손하게 물었다. 소년의 음성은 아주 청아했다. 옥구슬 구르는 소리 같았다. 용모도 무척 수려했다. 눈에서는 아침 햇살 같은 광채가 뿜어 나왔고, 얼굴은 막 피어난 꽃처럼 화사하고 맑았다. 정면으로 마주 보려니 눈이 부실 정도였다.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았다.
“저는 백두산 아랫 마을 사람입니다. 우연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하늘함은 일어서서 예를 갖추고 대답했다.
“아, 그러신가요!”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냥 돌아섰다.
“제가 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늘함은 황급히 소년을 불러 세웠다.
소년이 되돌아서자 하늘함 도인은 얼른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고는, 자기를 제자로 삼아 달라고 간곡히 청했다. 소년도 하늘함 도인한테 절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저희도 스승님 슬하에서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어찌 저희가 할아버지의 스승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하여튼 저희 마을로 함께 가시지요. 마을 어르신들께 여쭤 보겠습니다”
소년들은 하늘함에게 눈을 감으라 하더니 그를 데리고 어딘가로 갔다. 얼마 후에 소년들이 눈을 뜨라고 했다. 하늘함은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봤다. 하늘함의 눈은 휘둥그렇게 되었다. 소년들이 사는 마을은 별천지였다. 나무가 무성하고 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드문 드문 집들이 있었다. 집도 나무도 꽃들도 밝은 광채를 뿜었다. 선계의 모습이 틀림없었다. 숲속에서는 온갖 짐승들이 노닐었다. 토끼, 다람쥐, 사슴, 늑대, 호랑이… 갖가지 짐승들이 활기차게 뛰놀고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와 늑대 같은 사나운 짐승들이 토끼나 사슴 같은 연약한 짐승들과 함께 뒹굴며 놀았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가에 정자가 하나 있었다. 노인 몇 명이 거기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들의 용모는 소년들과 똑같았다. 하늘함과 소년들은 정자의 노인들에게 인사하고 마을로 들어갔다. 소년들은 하늘함을 마을의 어느 집으로 데려갔다. 아주 깨끗하게 잘 정돈된 집이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소녀 몇 명이 그들을 맞았다. 소녀들의 용모도 소년들처럼눈부시게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소녀들은 하늘함과 소년들을 커다란 방으로 안내했다. 방안에는 평상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었다. 한 소녀가 일행에게 거기에 앉으라고 권했다.
자리를 잡고 앉자 소녀들이 차와 과일을 내왔다. 차는 기이한 향기를 풍겼고 과일은 기막히게 맛있었다. 과일을 먹고 잠시 더 앉아 있으니, 백발 노인이 소녀 둘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이 노인은 이곳 선계의 큰 스승이며 이름은 ‘삼단’이라 했다.
소년소녀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삼단선인에게 절을 올렸다. 하늘함도 인사를 드렸다. 삼단선인은 하늘함에게 어떤 연유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물었다.
하늘함 도인은 자기의 과거를 소상히 아뢰었다. 그리고 귀한 가르침을 받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선인은 아주 잘 왔다며 여기서 지내는 동안 공부를 잘 하라며 이르고는 방에서 나갔다. 삼단선인과 함께 왔던 소녀 하나가 뒤에 남아서 하늘함에게 이런 말을 했다.
“삼단 어른께서 여기에 머물 것을 허락하셨으니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늘함 노인께서 백두산에 들어와 공부하시는 동안, 여기 있는 한뫼가 항상 노인을 보살펴주었습니다. 노인의 눈에는 안 보였지만, 한뫼는 늘 노인 곁에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노인께선 위험한 일을 한번도 겪지 않으셨습니다”
하늘함은 얼른 자기가 맨 처음 만났던 소년을 돌아보았다. 소년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가 바로 소녀가 말한 한뫼였다. 한뫼는 선동이었다. 소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노인께서는 백두산에 들어와 3년 동안 하늘의 뜻과 하늘 기운을 조금 받아들이셨습니다. 이제 하늘의 이치와, 하늘과 하나 되는 법을 터득하셔야 합니다. 내 뜻이 곧 하늘의 듯과 다르지 않고, 내 얼이 바로 하늘 얼과 일치하며, 내 기운이 하늘 기운으로 가득하게 되면, 하늘사람으로 거듭 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뫼의 가르침을 따라 공부하십시오”
이 날부터 하늘함 도인은 선동 한뫼를 스승으로 모시고 밝돌법을 공부했다.
이 밝돌법은 인간 세상엔 없는 도법(道法)이었다. 한뫼는 아득한 옛날에 이 道가 인간 세상에서도 번창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때가 다하여, 이제는 극소수 인연 닿는 사람들만이 이 선법인 밝돌법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하늘함 은 정성을 다해 한뫼의 지도를 따랐다. 몇 년이 지나자 하늘함도 상당히 높은 경지에 올랐다. 몸에는 하늘의 진기(眞氣)가 충만하고, 얼은 푸른 하늘처럼 맑아졌다.
숨은 피부로 쉬었고, 물과 불을 초월하며 물 속 불 속을 자유로이 드나들었다. 뜻대로 몸을 부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어느덧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루는 한뫼가 하늘함에게 이런 말했다.
“하늘함께서는 이제 인간 세상에 돌아가 큰일을 하셔야겠습니다. 인간세상은 육천 년 동안 밝아졌다가 육천 년 동안 어두워지기를 거듭 되풀이 합니다. 밝은 때는 참된 도덕이 두루 널리 펼쳐지고, 어두울 때는 참된 도덕이 사라지며 세상이 날뛰게 됩니다. 지금은 어두운 시대가 물러나고 밝은 시대가 돌아오는 때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참된 도를 가르쳐 많은 이들이 깨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늘함께서 이 도를 세상에 펼치셔야 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알려 주세요.”
“온갖 탐욕과 번뇌, 그리고 어리석음에서 헤어나 광명의 세상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사람들을 인도하십시오. 일을 마치신 다음에는 이리로 다시 돌아오세요. 세상 사람들에게 이곳 이야기를 하시면 안 됩니다. 아직은 선계를 드러낼 때가 아닙니다.”
“세상에 나가시면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꿋꿋이 견디십시오. 이곳 어르신들께서 도와주실 터이니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걱정하지 말고 이 도법을 널리 전하세요.”
이렇게 하늘함 도인은 삼단선인과 여러 선계의 어른들께 하직하고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다. 선계(仙界)를 떠나 세상에 나와보니 무척 오랜 세월이 흐른 뒤였다. 선계에서 몇 년밖에 안 지냈는데, 인간 세상의 시간은 선계의 시간보다 더 많은 세월이 지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늘함 도인은 자기가 살던 마을을 찾아갔다. 그런데 마을에는 낯선 사람들만 보였다.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옛날에 같이 살던 마을 사람들은 모두 이승을 떠난 뒤였다. 하늘함 도인의 집에도 낯선 사람들이 살았다. 집에 가서 주인을 찾으니 머리가 하얀 노인이 나왔다. 그 노인은 바로 하늘함 도인의 손자였다. 손자한테 나이를 물으니 팔십이라 했다.
하늘함 도인은 자신이 누구인가 밝히지 않고 고향 마을을 떠났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하늘함 도인이 선계에서 지내는 동안 세상은 무척 많이 변해 있었다. 사람들은 탐욕에 빠져 허덕이고 미신(迷信)이 흥행했다. 나라는 극도로 어지럽고 민심은 흉흉했다. 하늘함 도인은 천하(天下)를 주유(周遊)하고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자손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늘의 뜻을 이해하고, 하늘 기운을 받아서, 하늘 사람을 회복하는 법을 가르쳤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가르침을 잘 따랐다. 그가 가르침을 펴자 마을의 분위기는 금방 달라졌다. 예전의 하늘함이 촌장으로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평화로운 마을이 되었다.
그러자 이웃 마을 사람들이 이 마을을 무척 부러워하게 되었다. 이웃 마을 사람들도 하늘함 도인을 스승으로 모셨다. 그 마을들도 아주 평화로운 마을로 변했다.
하늘함 도인의 소문이 순식간에 멀리 퍼져나갔다. 방방곡곡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함 도인한테 가르침을 청했다. 하늘함 도인은 온 나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가르쳤고 공부하도록 했다.
그러는 사이, 사악한 무리들한테 핍박도 많이 받았다. 그들은 백성들이 하늘함 도인을 하늘처럼 섬기자 자기네의 세력을 잃을까봐 두려워했다. 어떤 자들은 하늘함 도인을 해치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도 하늘함 도인을 어쩌지 못했다. 해치려 들면 자기가 먼저 더 큰 고통을 겪었다. 그들도 결국은 하늘함 도인의 뜻을 따랐다.
하늘함 도인의 교화로 만 백성이 새 삶을 얻었다. 사람들은 욕망을 절제하고 이웃과 화목하게 지냈다. 얼마 후 온 나라가 태평해졌다.
하늘함 도인은 사람들을 밝은 도를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고 선계로 다시 돌아갔다. 그 후 밝은 이들이 삼단선인이 계신 선계로 들어가 맑은 도를 공부했다. 인간 세상에서도 하늘 사람 되는 밝은 도법이 차차 크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하늘함 도인이 뿌리고 온 씨앗이 열매로 풍성하게 결실을 맺으며 널리 이롭게 세상에 펼쳐졌다.
하늘의 뜻을 이해하고, 하늘 기운을 받아서, 하늘 사람을 회복하는 법을 실천하며 많은 사람이 도인이 되고, 선계에 올라 선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 세상에도 광명시대(光明時代)가 활짝 열리며 삼천 여 년이 계속되다가 서서히 물러갔다.
다시 어둠의 시대가 오고, 하늘 사람 되는 도법은 그동안 극소수의 사람에게 전해졌다. 산중의 도인들을 통해서 삼천 여 년이 지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이어져 내려왔다.
어둠의 세상이 저물고 이제 밝은 세상을 열어갈 때가 되었습니다. 이 도법이 산중에서 시중으로 내려와 일반인에게 널리 펼쳐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누구든지 이 도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하늘의 뜻을 이해하며 실천하고,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여 순환하며 밝아질 수 있으며,
하늘 사람으로 거듭나서 세상과 소통하며 밝은 세상을 열어가는 주인공입니다.
어둠의 세상이 저물어 가는 이때, 밝은 세상을 함께 열어가며 모두가 아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